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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울버린’(2013)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거부하고, 로건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깊이 파고든 드문 마블 계열 작품이다. X맨 시리즈의 일환이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서사 구조와 정서적 무게감을 지닌다. 특히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동서양 문화의 충돌과 조화를 상징하며, 로건의 정체성 혼란과 감정적 탈바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 리뷰에서는 ‘더 울버린’이 구축한 복합적 세계관, 치밀한 인물 구성, 그리고 서사의 내적 논리를 정제된 시선으로 분석한다.

    더 울버린 사진

    영화 더 울버린이 가진 서사의 특별함

    ‘더 울버린’은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인 로건, 즉 울버린의 인간적인 면모를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초능력의 찬란함보다는 그 능력이 불러오는 상처와 고통, 존재론적 공허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로건은 죽지 않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갈망하는 역설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초월적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이 가져온 수많은 상실과 죄책감은 그를 무기력하고 절망에 잠긴 인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히어로의 탈을 벗긴 인간의 드라마’라는 점에 있다. ‘더 울버린’은 영웅이 아닌 죄인, 구원자가 아닌 고통받는 방랑자로서의 로건을 내세운다. 이는 기존 마블 영화의 전형성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시종일관 무거운 톤과 철학적 질문이 관통한다. 로건은 일본이라는 타문화권에서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고,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내면의 혼란과도 싸운다. 특히 진 그레이의 환영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로건의 모습은 그가 과거에 얼마나 갇혀 있는지를 상징한다. 진은 그의 트라우마이자 유일한 사랑이며, 동시에 자신이 살해한 존재다. 이러한 이중적 감정의 복잡성은 ‘더 울버린’을 단순한 액션 영화로 규정짓지 못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영웅의 고뇌’라는 고전적 테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로건이라는 캐릭터에 입체성과 서사적 중량을 부여했다.

    X맨 유니버스와의 연결성과 독립성

    ‘더 울버린’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그것이 X맨 유니버스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전한 독립작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특정 세계관의 전개를 따라가기보다는, 한 캐릭터의 내면에 집중함으로써 세계관보다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기존 X맨 시리즈가 팀과 능력 중심의 서사였다면, 본 작은 철저히 1인 중심의 내면 탐사에 가깝다. 이는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미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점과도 맞물린다. 일본이라는 이국적 배경은 단순한 공간적 설정을 넘어,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사무라이 문화, 명예, 죽음을 통한 구원 등 동양적 가치관은 로건의 서사와 충돌하면서 동시에 그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야시다 가문이라는 일본 재벌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거부하는 인간의 욕망’과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존재의 고뇌’가 대비되며, 이는 초능력의 본질적 문제를 드러낸다. 야시다는 로건의 자가치유 능력을 탐하며 불사의 삶을 얻고자 한다. 그는 과거 로건에게 생명을 구원받은 인물이지만, 그 은혜를 탐욕으로 되갚는다. 이러한 설정은 ‘영웅성’이 항상 선한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초능력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더 울버린’의 세계관은 마블식 화려함이나 초월성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그 한계에 대한 성찰에 가깝다. 또한, 이 영화는 시간적, 감정적으로 ‘로건’(2017)과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전작들과의 유기적 연결보다는 정서적 연속성이 강조되며, 이는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히어로 장르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성숙한 감정의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더 울버린’은 증명한다.

    로건과 주변 인물들의 서사적 역할

    ‘더 울버린’의 진정한 완성도는 조연 캐릭터들의 배치에서 더욱 빛난다. 단지 로건이라는 캐릭터의 내면만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조형하고, 그 속에서 로건의 내면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마리코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력자이며 동시에 서사적 거울이다. 그녀는 단순한 러브라인이 아닌, 로건이 잊고 지낸 인간성과 평범한 삶의 상징이다. 마리코를 통해 로건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목적’을 느끼게 되며, 그녀를 지키려는 과정에서 다시금 싸울 이유를 찾는다. 그녀는 로건의 폭력성을 감싸주며, 그 안에 숨은 따뜻함과 희생의 본질을 꺼내는 인물이다. 또한 유키오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조연이다. 그녀는 미래의 죽음을 보는 능력을 지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구하는 데 헌신한다. 유키오는 로건의 그림자이자 보호자이며, 그에게 '죽음'이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 이상으로, 존재론적 유대감을 보여준다. 반면, 야시다는 대척점에 서 있다. 그는 로건의 능력을 통해 영생을 추구하는 인물이며, 삶의 끝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체화한 존재다. 그의 등장은 로건이 ‘불사의 저주’에서 벗어나 인간적 삶으로 회귀하려는 여정에 장애로 작용한다. 결국 모든 인물들은 로건의 감정선과 서사의 진행을 위한 기능적 장치를 넘어, 각기 다른 죽음과 삶의 방식, 고통과 구원의 형상을 제시하는 도구들이다. 이처럼 ‘더 울버린’은 캐릭터 각각에 고유한 상징과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로건의 내면 변화에 복합적 층위를 부여하고 있다.

    결론

    ‘더 울버린’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해체하고, 캐릭터 로건의 인간성과 존재론적 고민을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일본이라는 이질적 공간 속에서 울버린은 과거의 죄책감과 불사의 고통을 직면하며, 다시 인간으로 살아갈 이유를 모색한다. 서사 구조와 인물 구성이 정교하게 얽힌 이 영화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드물게 감성과 철학을 모두 담아낸 수작으로 남는다. 로건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은 반드시 감상해야 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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