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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는 한국 실화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고(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재등반에 나선 엄홍길 대장과 대원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단순한 산악 영화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고귀한 가치들을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본문에서는 ‘등반’, ‘우정’, ‘희생’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 히말라야를 평론가의 시선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며, 오늘날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할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등반의 극한, 인간의 한계
‘히말라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등반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를 탐구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상업 영화에서는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그리는 반면, 이 작품은 철저히 ‘존재의 무게’에 천착합니다. 특히 히말라야 고산 지역의 사실적 재현은 장엄함을 넘어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 놓인 인간의 나약함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감독은 카메라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넓게 가져가며 인물보다는 환경을 부각시키는 구도를 반복 사용합니다. 이는 인물의 감정을 객관화하고, 관객이 인물보다 자연에 먼저 압도되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마치 운명에 내던져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엄홍길 대장의 내면 갈등 또한 외적인 등반보다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내가 왜 다시 그 산을 올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극 중 동기를 넘어서 관객 자신에게까지 확장됩니다. 결국 영화는 등반을 통해 인간 존재의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히말라야는 단순히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신념과 의지, 그리고 삶의 목적을 재확인하는 통로로 기능합니다.
이런 구조적 접근은 ‘히말라야’를 단순한 재난극이나 감동 실화에서 벗어나 한 편의 인문학적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듭니다.
우정이 만들어낸 기적
영화 ‘히말라야’는 표면적으로는 생사를 오가는 등반극이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인간관계와 우정의 서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우정’이라는 주제를 소비하지 않고, 진심 어린 시선으로 직조합니다. 엄홍길과 박무택의 관계는 단순한 선후배의 틀을 넘어섭니다. 그들은 동료이자 스승과 제자이며, 끝내 서로의 삶을 책임지는 가족과 같은 존재로 진화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이 우정을 눈물로만 포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마찰과 갈등을 드러냄으로써, 그 우정의 진정성을 부각합니다. 훈련 중 다투는 장면, 각자의 방식으로 산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사고 후의 침묵은 모두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반증하는 장치입니다.
이는 감정을 과도하게 연출하기보다는, 내면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연출의 결과입니다. 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여정은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바로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이 우정이었기에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줍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감동의 극대화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행위 자체에 대한 헌사로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히말라야’는 우정을 통해 기적을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우정 그 자체가 기적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희생을 통해 완성된 인간애
‘히말라야’의 마지막 주제는 바로 희생입니다. 그리고 이 희생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인간적인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영화는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을 영웅서사처럼 포장하기보다, 매우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합니다. 엄홍길 대장이 후배의 시신을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재등반에 나서는 모습은, 명예나 책임이 아닌 ‘사람됨’의 문제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묘사는 영화 전체의 윤리적 태도를 대변합니다. ‘히말라야’는 죽음조차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박무택의 죽음은 그저 산을 오르다 사고로 사망한 일이 아닌, 남겨진 사람들에게 평생 남는 상처로 남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슬픔을 ‘잊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희생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또한 대원들의 시선도 주목할 만합니다.
단순히 리더의 지시에 따르는 구성원이 아니라, 각자가 ‘이 선택이 옳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함께 산에 오릅니다. 이 장면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희생, 즉 공동체적 인간애의 실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가 단순히 엄홍길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이야기임을 명확히 전달합니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희생은 무엇을 버리느냐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히말라야’는 시신을 데려오는 물리적 여정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정신적 여정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유를 유도합니다.
결론
영화 '히말라야'는 단순한 실화영화를 넘어 인간의 본질적 가치인 등반, 우정, 희생을 섬세하게 조명한 수작입니다. 현실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접근, 감정 과잉이 아닌 내면의 깊이를 따라가는 연출, 그리고 인간애를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 구조는 지금 다시 봐도 전혀 퇴색되지 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잊고 있었던 삶의 본질을 되새기고 싶다면, 지금 다시 한번 ‘히말라야’를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